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심상치않은 풍경 앞에서 호흡을 고른다.
구름과 구름 사이, 지상과 천상의 거리 보다 턱없이 얇아보이는 그 속을 지구 질량 보다 33만배 더 큰 태양이 구슬인냥 굴러다닌다. 구르며 빛덩어리를 토해낸다.
붉은색 꽃잎은 다 떨궈버리고 몸뚱이만 살아 푸르른 장미목 사이로 빛덩어리가 빛살이 되어, 흩어져, 침묵한 강과 지금 막 그 강을 거슬러와 숨 몰아쉬는 배 한 척과 그 앞으로 무심히 걸어오는 어떤 남자가 있는 온 풍경이 빛으로 흥건해지는 그 순간, 나는 비로소 고르던 숨을 멈추고 플라스틱 재질의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.
렌즈 사이로 셔터가 여닫힐 때 이 세상의 한 때는 고스란히 한 컷의 필름 속으로 사라진다. 아니, 남는다.
자전거는 다시 굴러간다.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채, 둥글게 둥글게.......
08-11-춘천 중도주민선착장-Minolta AF-C w/Kodak E100 VS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