풍경 앞에 홀로 서 보라 (서문)
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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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당신의 마음속 도시는 어디입니까?”

질문 앞에서 멈칫한다. ‘도시’는 일상의 공간일 뿐, 도시가 풍경으로 다가온 적이 있던가. 답을 찾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전국을 떠돌았다. 애써 외면해온 우리 도시의 풍경을 찾아서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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경주 불국사에서, 나주의 고즈넉한 능 앞에서 나는 얼마나 부끄러웠던가. 부산 자갈치시장의 생동감, 속초 대포항을 뒤덮은 비릿한 삶의 향기, 항구와 바다가 빚어내는 그 다채로운 정조에 나는 얼마나 감탄했던가. 길 위에서 인사를 나누거나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빛에서 나는 진정한 한국의 얼굴을 보았다.나의 작업은 이 땅에 대한 나의 무지와 편견을 벗어던지는 반성과 깨달음의 시간이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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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멀리 떠날 필요 없어. 우리 도시의 숨결을 느껴봐. 이 아름다운 풍경들이 사라지기 전에.”

작업이 횟수를 더해갈 때마다 연신 감탄하며 재촉하는 내게 사람들은 되물었다.

“경주는 수학여행 때 가봤지만 별것 없던데?”

“강원도? 하도 많이 가서 이젠 신물이 나!”

“아니 왜 그 돈으로 제주도를 가요? 동남아를 가고 말지.”

이 같은 물음에 대한 답으로 기꺼이 이 책을 건넨다. 시인, 소설가, 인문학자 등 우리나라 대표 필자 스무 분이,태어나서 유년 시절을 보냈거나, 지금 터를 잡고 살고 있거나,혹은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도시의 풍경을,그곳을 사랑하는 속내를 풀어냈다.그 유려하고 유쾌한 글들에,지난 8년 동안 떠돌며 촬영한 이 땅, 우리 도시의 풍경들이 함께한다. 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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필자들이 그려내는 스무 개의 풍경은, 그 도시가 만들어낸 원체험이기도 하고, 그 도시를 가장 아름답게 여행하는 법이기도 하며, 그 도시에 대한 지독히 개인적인 경험인 동시에 당대의 흔적이 포개지고 겹쳐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. 어떤 풍경이든 당신은 느끼게 되리라. 우리나라 풍경이 이렇게나 다채로울 수 있음을,한국은 이미 다양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곳이었음을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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함께 하는 사진들은 숨어있거나 감춰진,대단한 곳을 찾아다니며 촬영한 것이 아니다.그저 당신이 살고 있거나 고향으로 둔,관광 홍보책자에도 실리는 지극히 평범한 곳이다.이 사진들을 통해 새로운 풍경을 재발견하게 될 주체는 바로 당신이다.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사진과 마주하여, 오늘의 풍경과 이미 사라진 풍경들, 앞으로 없어질지도 모를 풍경들에 관심을 갖게 되길 희망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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홀로 풍경 앞에 섰을 때 비로소 감동할 준비가 된 것이다. 글로 먼저 도시를 느끼고, 사진으로 그 도시를 음미하시길. 나의 도시를 당신의 풍경으로 채우시길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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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08년 8월. 임재천, 김경범



 

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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